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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수.. | 16/05/02 09:12 | 추천 52 | 조회 3540

가장 기억에 남는 소개팅 이야기 (초큼 김) +450 [7]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242193

6년전인가..회사 2년차 때 였던거 같아요.
당시 하루 3시간 정도만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하면 저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널널한 부서에 근무할 때라
매일 부서 여사원이랑 폭풍수다로 엄청나게 친해졌습니다. 그 전부터 개드립하나는 자신 있었거든요.
학교 다닐때도 항상 여후배들 사이에서 "재미는 있는 오빠"였어요.

하루는 그 친구가 오빠 매일 회사-기숙사만 왔다갔다하는게 불쌍해 보인다고 자기가 할 일 좀 만들어 주겠다더군요.

뭐야..고백받는거야? 회사에서 하루 종일 보는 것으로 만족 못하고 퇴근하고도 같이 있자는거야..??..

는 개뿔 그 친구 남편될 사람이랑 형님 동생하는 사이가 되어 있던 터라..헛된 망상은 안했습니다.

무슨말인가 했더니 자기 친한 언니 소개 시켜 준다고...ㄷㄷㄷ
사실 그 때는 모쏠 29년차에 접어드는 간달프였기에..
좀 두려웠어요. 여자 만난다는게.ㅋㅋ
술자리 개드립은 천궁급이었는데 1대 1은 좀 어렵더라구요.
그 전에도 회사 동기들이 엮어주는 자리 몇 번 있었는데 전부 흐지부지..(라고 쓰고 차단이라 읽는다)
여자들 축구얘기 싫어한대서 축구는 까고 야구 얘기만 열심히 했는데도 말이죠.

어쨋든 알았다고 하고 12월초 어느 토요일 점심때로 약속을 잡았어요.
어디서 만날까 하다 그냥 만만한 빕스..

근데 그 전날, 동기 결혼턱 낸다고 해서 불금을 보내고...술은 깼는데 어디 탈이 난건지 오전내내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네요..
어쩔까 하다가...미안하다고, 괜찮으시면 저녁에 보자고 연락을 했어요.
어휴...첫 날 부터 약속 미루는 남자라니..그것도 당일에...

근데 의외로 쉽게 OK 하더군요. 사실 본인도 어제 술이 과해서 지금 좀 힘들다고..;;
그렇게 서로서로 별로 공들이지 않은 듯한 첫 만남은 6시간 연기 됐어요.

바뀐 약속 장소는 막창집..;; 첫 만남이 막창집이라니...

그렇게 컨디션을 끌올해서 막창집에 자리를 잡고 문 쪽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주선자가 나이 서른 다 되서 그거 하나 혼자 못하냐고, 자기는 안 나올거래서 혼자 갔거든요.
엄청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두리번 거리며 들어오더라구요.
혹시?? 했는데 그 여자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그 때 내 전화벨이 울리고..눈이 마주치고..

역시나 이번에도 서먹했어요. 대화 맥도 자꾸 끊어지고 술만 홀짝 홀짝..
근데 그 짧은 시간에 참 좋은 사람이다. 참 바른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찌 저찌 막창집을 파하고..
둘 다 너무 피곤한 관계로 다음에 또 보자는 박근혜 대선공약 같은 약속을 하고 헤어졌어요.

그러고 숙소에 왔는데 왠지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싶어, 되든 안되든 들이대 보자 하고 계속 약속을 잡으려고 노력 했습니다.
근데 회사 연말 송년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매일 퇴근이 늦는대요...
주말에는 송년모임이다 뭐다 약속이 많아서 어렵대고..
뭐야 이거...다음에 또 보자 해놓고 내 빼는건가? 목소리는 썩 나쁘진 않은데 영업용 목소리인가?
하다 하다 안되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올해는 포기하겠다. 내년에 보자.
당신의 내년 365일 중에 딱 3시간만 나에게 달라.
나중에 이자 100배 쳐서 300시간으로 갚겠다.
(이자 100배하면 원금 포함 303시간인데..3시간 개이득..)

안갚아도 되요 라는 말 나올까봐 ㄷㄷㄷ 떨고 있는데 피식 웃는 소리와 함께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가 바뀌고 두 번째 만남은 맥주집.
쌩얼로 나왔더군요. 근데 뭐 벌써 반쯤 덮인 콩깍지 때문에 그것도 좋아 보였어요. 내가 좀 편한가보다 싶기도 하고..
소소한 사는 얘기하며, 연말 보낸 이야기(술 먹은 얘기) 하며 그 날은 술만 더 많이 먹었을 뿐 역시 별 소득이 없었던 느낌이었어요.
알듯 말듯 진전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여알못이라 확신도 안서고..
이걸 더 들이대야 하나 이쯤에서 빠져야 하나 구분도 잘 안되구요..

그리고 다음날 이제 진짜 될 지 안될 지 결말을 보자 싶어 꽃바구니 하나와 짧은 편지를 그녀 회사로 보냈어요.
농담 쏙 빠진 진중한 말투로 참 좋은 사람인 것 같다. 한걸음 더 다가가도 되겠냐..는 내용으로요.
그러고 나서 저녁에 얼굴 이라도 보려고 연락 했는데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보겠다더군요..
통화도 안하려하고 문자로만..

-뭔 상황이여 이거...난 부끄러울 짓은 안한거 같은데..
내가 잘못 보낸건가? 아님 좋아서 부끄러운건가?

상황판단도 못하고 있었어요..전화는 받지도 않으니 자세히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친구들 반응도
"요시 그란도시즌"
VS
"병신이 회사로 그런걸 왜 보내냐, 여자가 부담스러울거 아니냐, 니가 그래서 우리 대장인거다, 마더 테레사도 넌 못구한다"
이렇게 갈라지고..

아무튼 그 날은 그렇게 자는둥 마는중 지나가고..다음날 저녁에 다시 만났어요.
처음 본 그 곱창 집에서..
-뭐야 이거..수미상관인가? 처음 본 곳에서 끝내자는건가? 아님 또다른 시작이란 건가?
긴장된 마음으로 목욕재개하고 나갔어요.

잔뜩 긴장된 제 표정과 갈 곳 잃은 동공..
그런 저를 알듯 모를듯한 표정으로 보는 여자.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의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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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장난..헤헤..

첫날 긴장하는 모습이 귀여웠대요.
둘째날 이것 저것 무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푸근해 보였대요.
꽃 배달 받고 남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결국 저는 300시간만 갚으려는 계획은 실패했어요..
앞으로도 얼마나 더 갚아야 할지..ㄷㄷㄷ

소개해준 친구도 언니가 오빠랑 결혼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언니 왜그랬냐고 그러고 있습니다.
장가 잘갔음.헤헤

짚신도 짝이 있다던데 짚신 짝이 하이힐이 될 줄은 몰랐어요.
여러분도 짝 잘 찾아 가세요.

-결혼 했지만 연애 시작할 때 내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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