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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새치20.. | 16/08/26 01:32 | 추천 52 | 조회 3061

잔혹한 시어머니 아래를 지낸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291 [6]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264045

이건 실제 제 어머니 얘기인데,
저희 할머니가 어머니를 굉장히 괴롭히셨습니다.
뭐든간에 다 어머니 탓이라고 했고
뭐든간에 어머니가 잘못한거라고 몰아붙였죠.
뭐 긴 얘기는 생략해도
모든 분들이 다
이게 어떤상황인지 짐작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5형제인데, 그게 너무 싫었었고
나중에 저희가 좀 크게 되자
할머니를 굉장히 미워하게 되어서
큰형부터 시작해서 저까지
할머니를 사사건건 트집잡아 나무라고 그랬지요.
큰형은 할머니의 옷차림, 식사때 습관 등등을 가지고
저희들이 다 보는 앞에서 할머니를 큰 소리로 꾸짖었고
둘째형은 식사할 때
국을 할머니 얼굴에 내던지기도 했어요.
할머니때문에 우리 집이 못사는거다.
할머니때문에 우리집이 화목하지 못한거다.
할머니는 우리집에 도움이 안된다.
빨리 죽지 왜 여태 살아서 피해를 주냐....
그런 말을 하루도 안 빼놓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할머니가 좀 정신을 차리겠지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할머니가 더 어머니를 괴롭히시더군요.
네가 애들을 잘못가르쳐서 버릇이 없는거라고....
큰형 둘째형은 계속 할머니에게 맞서고,
어떤 때엔 밥도 안주고 물도 안주고 하면서
어떻게든 할머니의 습관을 고치려 했지만
우리가 뭐라고 애쓰는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졌습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거든요.,,
우리도 커서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며느리들에게 굉장히 친절하셨습니다.
조금 싸움이 벌어지면 며느리 편을 드셨고
당신 아들들을 나무라면서, 왜 며느리를 이해해주지 못하냐며
며느리를 감싸주셨죠.
형수님, 제수씨 모두가 다 어머니 편이고,
큰형수님은 친정어머니보다 자기 시어머니를 더 편해하며
대했습니다.
재미있는 일, 맛있는 것, 우스운 것이 있으면 시어머니와 나누었고,
저희 어머니도 굉장히 즐거워하셨습니다.
형수님 제수씨도, 어머니께서 고생하신 것을 알게 되었는데
세상에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며 치를 떨고
치를 떠는 만큼 저희 어머니와 더 가까와졌지요.
어떤 때엔, 형과 동생은 없는데
형수님 제수씨만 우르르 모여서
어머니와 같이 며칠을 같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때가 생기면 형이나 동생들은 돈을 보내서
아예 어디 좀 놀다오라고 보내기도 하고
그러면 어머니는 며느리 군단을 이끌고 좋은 구경도 하시고 오죠.
형수님 제수씨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늦은 나이에 대략 알게 되었습니다.
엄한 시어머니 아래에서 지낸 며느리가
또 심한 시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항상 옳은 말은 아니라고 말이지요.
그 사람의 인성과 됨됨이에 따라서는
엄한 시어머니 밑에서 지낸 결과
자상한 시어머니가 되기도 하는 것인가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어머니가 자랑스럽고,
더 지켜드리지 못한것이 죄송스럽습니다.
며느리 군단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어머니의 보위부대가 되어서
시어머니를 지키고 사사건건 도와드리고
김장할 때가 되면 스스로 우르르 모여들고
힘든일 바쁜일이 있으면
모이라는 전화 한통화도 안했는데
우르르 몰려와서 시어머니를 돕고 같이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제가 어렸을때부터 꿈꾸어온 화목한 가정의 모습은
바로 이런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좀 묘한 얘기지만,
이런 즐겁고 편하고 신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뿐만 아니라
며느리들의 사이도 굉장히 우애가 돈독해졌습니다.
웃음이 끊일 날이 없는, 그런 집안이 되었어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이룩하지 못한 즐겁고 행복한 집안을
어머니께서 호통 한번 손찌검 한번 없이 만드신 겁니다.
어머니께서는 굉장히 행복해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형과 동생도, 형수님과 제수씨가
자기들 시어머니와 같이 밖에 나가서 영화구경하고
저녁먹고 돌아오고 그러면
괜히 농담으로 "흥, 우리만 놔두고 자기들끼리 놀았다 이거지?" 하고
오버하며 토라지고, 그러면 어머니는 아들들을 웃으며 나무라고
형수님과 제수씨도 "아이, 뭘 치사하게 그걸갖고 삐져~" 라며 웃는데
이게, 형과 동생들에게
섭섭한게 아니라
형과 동생들에게도 즐겁고 재미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분위기인지 아시죠?)

저는 지금 굉장히 기쁘면서도
동시에 어머니께 죄송스럽습니다.
저희가 할머니를 더 확실히 밟아버렸어야 하는건데....
나쁜짓을 못하게 막아드렸어야 하는건데....
하고 말이죠.

괜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집안의 어른이 가정의 평화를 깨뜨릴 때
그분이 어른이라고 해서 그것을 용납하는 것은,
집안 어른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단지 오냐오냐해줘서 버릇을 나쁘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점을
저는 너무나 늦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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