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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꼼장.. | 24/05/04 23:50 | 추천 0 | 조회 116

돼지갈비에 소주 한 잔 하고 써보는 블랙핑크 이야기 +11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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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반 학생이던 K의 별명은 블랭핑크였다. 3년 전 어느날 점심 밥 먹고 여느 때 처럼 교실 한 바퀴 둘러보고 있었는데 K와 친구들이 교실에서 주짓수를 하고 있었다. K와 친구들이 서로 웃으면서 사이좋게 기무라와 초크를 걸면서 놀고 있는데 주변 친구들이 K를 자꾸 블랙핑크라고 부르더라... 궁금해서 K가 왜 블랙핑크냐고 물어보니, K와 친구들이 목욕탕을 같이 갔는데 꼬추가 크고 까만데, 첨단부가 핑크색이라 그 때부터 블랙핑크라고 부른다고....... 그날의 점심메뉴가 기억나진 않지만 무언가 소화가 잘 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그날 이후로 K는 블랙핑크가 되었다.

2. K는 가정형편이 좋지 못했다. 아버지는 경기도 수원쪽에서 건달생활을 했고, 어머니는 K가 갓난아기일때 집을 나가서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아버지의 경제사정과 건강이 좋지 못해 K는 고모님이 거둬서 키우셨다. 3월 초에 가정환경조사를 하면서 학부형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는데, 보통 누구누구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저장했지만 K는 당연하게도 K 고모님 이라고 저장했었다....

3. 좋지 못한 가정환경이었지만 그래도K는 엇나가지 않고 바르게 잘 큰 학생이었다. 상담할 때 물어보니 아버지 친구 분께서 무에타이와 주짓수를 겸하는 체육관을 운영하는데 매일 학교를 마치고 공짜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귀가를 한다고 했다. 샌드백 발로 차고 체육관 바닥에서 뒹굴며 땀을 쫙 빼고 나면 불면증없이 잠이 잘 온다는 그말이 참 기특하면서도 슬펐다...

4. 3년 전 이맘때 즈음 K 고모님께서 전화가 와서 K가 집안일로 다음주에 등교를 못할것 같다고 하셨다.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니 나중에 상황을 보고 말씀해주신다기에 심각함을 감지하긴 했지만 더 이상 묻지 못하고 통화를 끊었었다. 그렇게 일련의 찝찝함을 마음에 남긴 채 시간이 좀 흐른 뒤에불쑥 생각이나 K에게 전화를 했었다. 전화를 해보니 K는 서울의 한 모텔이었다. 놀라움과 의구심을 가지고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5. 몇일 전에 서울의 모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했다. 전화 내용인 즉. 서울의 모 아파트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서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실내에 시체가 오랫동안 방치되고 부패되어 있었다더라.... 그 집의 주인이자 시체는K의 친모였고 경찰이 현장조사를 마치고 고인의 연고를 찾아보니 보호자나 친척이 아무도 없었고 결국 찾다찾다 연락할만한 사람이 호적상 올라있는-서로의 얼굴도 모르는- K였던 것이다...... 그렇게 얼굴도 모르는 친모의 처리를 중3짜리 아이가 혼자 할 수 없어서 가족들의 상의 끝에 K의 큰아버지와 K가 상주가 되어 조문객도 오지 않는 초상을 치룬다고 했었다....

6. 기분이 좀 어떻냐는 말에 K는 오히려 덤덤했다. 자기는 평생을 엄마를 불러보고 산적이 없어서 정도 없고 원망도 없다고 했다.서울올라가서 경찰이 보여준부패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시체의 사진이 자신의 엄마란 사람이었구나 하는 말을 했었다. 그냥 간소하게 화장하고 절차밟고 정리하고 학교에 빨리 가고 싶은데 큰아버지께서 끝까지 3일장 치르자고 몽니를 부려서 3일을 등교 못 하겠다는 말도 했었다. 그리고 걱정해주셔서 고맙고 심려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었다.

7. 눈물이 핑 돌았었다. 고작 16살 짜리에게 주어진 인생이 너무 가혹하다 싶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일찍 철들어 버린 K가 한편으로는 불쌍하고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엄마가 시장을 못봐서 집에 있는 반찬으로 대충 차려준 저녁에 ' 고기 없으면 오징어 젓갈이나 계란 후라이라도 하나 해주지'라고 투정한 -서른살 넘게 처먹은선생이라는 새끼의- 내 모습이 스스로에게 너무너무너무 쪽팔렸다. 또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멀어서 조문도 못 갔고- 고작 학교 출석부에 인정결 5일 그어주는 것 밖에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8. 계좌번호를 불러달랬다. 선생님이 평일이고 멀어서 조문을 못가서 미안하다며 조의금을 보냈다. K는 사양했지만 내가 받으라고 강권해서 결국 받았다. 그렇게 K는 얼굴도 모르는 친모의 배웅을 하고 학교를 복귀했었다... 그 해 기억나는 다른 친구들도 많았지만, 유독 K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해 졸업식날 마지막 종례까지 다 마치고 학생들 배웅해 주는데 K가 '선생님~'하면서 나를 끌어 안고 울어서 나도 그만 눈물이 터졌었다. 훈훈해야할 졸업식날 키 180넘는 남자 두명이서 끌어안고 펑펑 우는 모습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당혹스러워 하더라....

9. 오늘- 교직에 몸담고 있는-대학교 동기가 놀러와서 돼지갈비에 소주를 기울이며 1~8까지의 이야기를 해주니까 '잘했다 새끼야'라고 칭찬해주길래 술취한 김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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