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스포) [슈퍼맨] 영화가 홈커밍, 더 배트맨과 다른 점
(스포있음)
각 유명 캐릭터들의 다들 아는 오리진 서사를 생략하고 스토리 시작~ 이라는 큰 요점은 같지만
사실 그것만 같을 뿐이지 세 영화는 차이점이 꽤 크다.
우선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경우, 오리진 스토리만 생략되었을 뿐 우리가 이미 아는 MCU 세계관 속의 이야기이다.
MCU의 스토리라인, 어벤져스 이후 시빌워에서 얘가 처음 나왔고~ 에서 이미 모든 것이 설명되었기 때문에
스파이더맨 본인은 물론이고 홈커밍은 세계관을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음. 이미 아는 세상이니까.
물론 앞으로 삼부작 동안 질리게 볼 메이 숙모, 네드, MJ 등등 친구들에 대한 소개 빌드업은 잘 들어가지만 ㅇㅇ
[더 배트맨]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쪽의 고담은 팀 버튼과 놀란의 고담과 다른 별도의 세상이며,
따라서 [더 배트맨]의 시작은 배트맨이 '이 도시가 얼마나 축축하고 어두운지, 그리고 범죄자들은 왜 그림자를 두려워하는지' 에 대해 설명하는 독백.
리들러라는 빌런의 묘사와 동기를 설명하는 것도 그렇고, 사실 더 배트맨은 오리진만 생략되었을 뿐 나열한 세 작품 중에선 가장 정석적인 세계관 1편 영화에 가까움.
그리고 [슈퍼맨]은 위 둘과 또 다르다.
이쪽은 그냥 설명을 문장 몇줄로 퉁치고 바로 세계에 들어감.
현대의 히어로물, 특히 시리즈 히어로물은 '세상 속 주인공을 소개' 하는 방식을 고수해왔음.
이를 혹자는 아이언맨 이후 유니버스물의 기초 작업인 빌드업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엑스맨이나 그 이전부터 이어진 창작물의 정형화된 작법이라고 부르지만
결국 세상을 설명하고, 사람들이 현실과 괴리된 그 세상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은 일맥상통하다.
특히나 그 창작물 속 세계관이 실제와 백만광년 거리가 있다면 더더욱 중요하고.
개인적으로 이걸 가장 잘 해낸 작품으로 손꼽고 싶은게 바로 제임스 건의 가오갤 1편.
(정보가 쏟아진드아ㅏ)
그런데 [슈퍼맨]의 경우, '너희들 이 세상 다 알지? 그러니까 거기서 뒹굴어봐 개꿀잼임' 이라고 관객을 투입시킨다.
물론 설명을 아예 안 하는건 아니지만, 위의 '여기서든 다른 곳에서든, 차근차근 서사와 설명을 제공하며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을 일대일 과외로 알려준 작품들'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
사실 슈퍼맨이라는 캐릭터가 인지도가 높은 것이지 슈퍼맨의 세상, 그러니까 로이스 레인과 지미 올슨 등이 그렇게 인지도가 있냐면 것도 아니니까.
한 예시로 렉스 루터와 조커 중 누가 더 유명한 놈이냐~ 라고 한다면, 아마 조커가 더 인지도가 높을 것이다.
그리고 조커는 팀 버튼 이후 영화화되며 본인이 메인 빌런으로 나온 두 번 모두 훌륭한 캐릭터 서사를 설명해준 바 있음.
아예 순수 악이니 그없이겠지 싶은 닥나의 조커 역시, '왜 배트맨에 집착하고 어떤 사상을 가졌으며 언제 등장해 어떻게 대결을 시작했는가' 란건 충실하게 설명한다.
그런 충실한 설명을 넘기고 '모두가 아는 즐거운 DC 코믹스 속 이야기' 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이 시도는 '슈퍼맨이니 가능한거지 ㅇㅇ'를 넘어선 굉장히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시도라고 생각함.
...
여기서부터는 조금 더 나간 이야기지만, 슈퍼히어로물의 역사는 아이언맨 이후 MCU가 페이즈1로 토대를 쌓으며 '모르는 사람들도 알아가며 볼 수 있는 영화' 로 이어갔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MCU 후속 작품들이 가장 이악물고 신경쓴 점은 '우리 전작 내용들 최대한 설명해줄게!' 였었고, 그 점에서 삑살나는 영화들은 항상 매서운 질책을 받은 바 있다.(닥스2라거나 대환장의 멀티버스거나)
(시작하고 집에서 나가자마자 나오시는 분)
그런 히어로물이 십여년이 지나며, 새로운 유니버스를 개막하는 제임스 건은 '코믹스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 그리고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영화' 로 방향성을 내딛었다.
급진적인 시도는 항상 반발이 따라오며, 따라서 슈퍼맨 역시 극찬과 호불호가 뒤엉킨 복잡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음.
미국 내 호평과 흥행, 미국 외 국가의 다소 딸리는 반응 등등. 사실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 덕후는 적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는 난이도가 아주 높으니까.
그 결과물이 과연 '마블을 꺾을 새로운 유니버스 제작의 흐름'일지, 아니면 'ㅅ발 돈옵저때 빌드업 필요한거 안배웠냐' 일지는 시간이 알려줄 듯 하다.
반대로 난 빌드업으로 상영시간이 늘어났거나 빌드업을 견디고 봐야했던 내용이 이번 영화 줄거리였다면
나는 오히려 별로였다는 내용이 나왔을거같음.
결국 "또 슈퍼맨이야?"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시리즈라는걸 피할 수 없다면
"또 슈퍼맨? 그러면 프롤로그는 생략한다?" 시도한게 나쁘지는 않다고 봄.
또 슈퍼맨이야? 하니까 개인적으로 충격이었던 점이 이 이동진 리뷰였지.
우리들에겐 드디어 선량한 근본 슈퍼맨이 나왔어! 지만 다른 사람들은 '또 슈퍼맨이야?' 란거...
ㅇㅇ 그래서 오히려 빌드업이란 과정은 각색이나 반전이 없을 수록 "지루하다"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음.
슈퍼맨의 빌드업이란건 다른 영웅들의 서사보다 극적이라 하기 힘든게 결국 출생과 능력에 대한 얘기를 빼면
"이렇게 자라서 얘가 이렇게 착해요" 정도니깐 결국 착하게 지낸 빌드업으로 나올수있는건 착한 슈퍼맨 뿐이니깐.
빌드업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는게 즐거운건데 결과를 아는 이야기에 대한 빌드업은 쉽지않음.
(대충 아바타2에서 바다 소개하는 부분에 내용 공들여서 할애한게 그냥 영상미 기술력 자랑이 아니라는 어쩌고 글)
이번거 공개영상이 짜쳐서 또 망하나 싶었는데 평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