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시절, 어느 저항 원주민과 사제의 대화.real
아투에이.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인물로 현재의 아이티 태생이지만,
때는 1400년대 말~ 1500년대로 한참 카스티야-아라곤과 포르투갈이 신대륙 개척에 열을 올리던 시기다.
그는 격렬해지는 이베리아 국가들의 침공에 맞서 싸우다가 쿠바로 일단 도망쳐
쿠바의 원주민들을 자신들에게 합류시키려 설득을 시도한다.
"당신들도 모두 들었겠지만 기독교 인들이 이곳으로 온다고 합니다.
당신들도 이미 부족장이나 아이티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기독교인들에게 당했는지 알 것입니다.
똑같은 짓을 하려고 이곳에 오는 것입니다.
기독교 인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아십니까?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내 손의 금은보화,
이것이 스페인 사람들이 섬기고 있는 그들의 신입니다.
이것들을 위해 그들은 전쟁을 벌이고 우리를 죽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을 물리치고 바다에 처넣어야 합니다.
멀리서 온 이 야만족들은 자신들이 '평화와 평등의 신'을 숭배한다고 말하면서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를 그들의 노예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불멸의 영혼과 영원한 보상과 형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유물을 강탈하고, 여성들을 겁탈하고, 딸들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쿠바의 각 추장들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듣는척 마는척 했고
아투에이는 결국 생포당해 화형에 처하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화형에 당하기 직전,
스페인의 종군 신부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신부는 당연하게도 가톨릭 성직자인만큼 그에게 세례를 받는 게 어떻냐 제안했고,
아투에이는 그렇다면 무슨 이점이 있느냐 반문한다.
신부는 가톨릭 예식에 따라 세례를 받는다면 죽어서 천국에 갈 것이며,
적어도 산채로 고통스러운 화형을 받는 게 아니라
먼저 사형을 당한 후 시체를 불태우는 형태로 감형 받을것이라고 답한다.
이에 아투에이가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여기에 둘러싸고 있는 이 사람들,
아무 잘못한 것이 없는 나의 아내와 딸들을 겁탈하고, 죽이고, 가족을 겁탈하고,
나의 온 재산을 강탈하고, 내 동족들을 잔인하게 죽인 스페인 사람들도 천국에 가느냐" 물었고
신부가 이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단호하게 개종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천국에 가지 않겠다.
그 곳은 천국이 아니다.
이들이 없는 지옥이 바로 천국이다."
이에 종군신부도 대답을 차마 하지 못했고, 그는 고통스럽게 화형 당한다.
후일 바야돌리드 논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가톨릭의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 신부도 이 일화를 기록하면서 평가하길,
"이런 게 우리 주님과 우리의 그리스도교 신앙이 저 신대륙에서 그리스도인이 저지른 행동으로 얻은 명예고 영광이란 말이냐" 탄식했다.
그러나 아투에이의 일화는 '바야돌리드 논쟁'의 주역인 라스 카사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기에 아무 의미가 없진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우리는 종교가 어떻게 악의 편에 서서 합리화 할 수 있으며
오늘날에도 신도들과 성직자들은 이를 경계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다.



